▲ 세종시 아름고등학교 전경.

"생활수준이 낮고 불안정한 가정환경의 구시가지(조치원) 학생들, 생활과 가정환경이 우세한 신시가지 학생들, 타시도 전입생 등의 우세 그룹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임."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세종시 소재 아름고등학교가 특정 지역 학생의 생활 수준과 가정환경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편향된 분석 내용을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해 학부모와 네티즌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29일 학교 측은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논란의 시작은 아름고 공식홈페이지에 공개된 2017학년도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안의 '아름고의 교육 여건' 항목이었다.

이 항목의 학생 생활 태도 분석란에는 "생활수준이 낮고 불안정한 가정환경의 구시가지(조치원) 학생들, 생활과 가정환경이 우세한 신시가지 학생들, 타시도 전입생 등의 우세 그룹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이 학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알려지면서 "지극히 편협한 평가 내용을 공개적으로 올렸다", "학교가 나서 구시가지 학생들에게 차별의 낙인을 찍고 있다", "이 글을 보고 상처받았을 학생들이 걱정된다", "이런 글을 작성한 교사들이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겠느냐"등의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 특정 지역 학생 차별로 문제가 된 '2017학년도 아름고 운영계획안'의 교육 여건 분석. / 독자 제공

▲ 29일 문제가 된 내용이 수정돼 새로 게시된 2018학년도 아름고 운영계획안의 교육 여건 분석.

학생들의 생활 수준과 가정 환경을 거주지에 근거해 자의적·차별적으로 판단한 분석 내용 자체가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홈페이지에 버젓이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상처를 안긴 것이 문제적이라는 내용의 댓글이 줄이어 달렸다.

비판이 거세지자 29일 학교 측과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교육감은 사과문을 올려 논란 진화에 나섰다.

학교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본교의 문제적 사안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깊이 받으신 세종 시민들, 특히 조치원 지역에 거주시는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이번 사안은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평등 교육을 지향해야하는 학교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학교 측은 "연간 학교교육과정운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학교 교육 여건에 대한 실태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교의 2017학년도 학교교육과정운영계획에서 문제가 된 부분의 원래 취지는 이질적인 학생구성에서 올 수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면서 "당시 초점은 '학생 간 상호이해를 돕기 위해 배려와 이해심을 고취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민주 시민의 기본을 형성하고 자신의 삶의 주체로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도움’'라는 노력 방향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 29일 아름고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학교가 특정 지역을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지칭한 것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학교 측은 "2018학년도 운영계획에서는 이미 내용을 수정하였으나 2017학년도의 관련 부분을 삭제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면서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 올리고 학부모님들의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29일 학교 측은 문제가 된 내용이 삭제된 20018학년도 운영계획안을 게시했다.

학생 태도 분석란에는 비판을 받은 내용 대신 "대부분 중상위권 가정으로 생활규정, 교사의 지도에 잘 따름", "여러 지역 학생들이 집합하여 학생들 사이의 문화 차이가 큼" 등의 분석이 담겼다.

최교진 교육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의 뜻을 밝혔다.

최 교육감은 "아름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서술된 내용으로 상처 받으셨을 모든 분들과 시민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서술된 교육여건 분석은 매우 편향되어 있다. 모든 아이들을 존중하고, 모든 지역을 아우르려는 교육청의 방향과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청은 교육과정 계획과 운영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좀더 꼼꼼이 살펴 잘못을 바로잡아야 했다. 교육청은 자세한 경위와 현황을 파악하여 잘못을 바로잡고 책임을 묻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향후 조치 계획을 밝혔다.

신성우  sungwoo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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