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이사회(이사장 이장무)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구한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에 대한 결정을 차기 이사회로 넘김에 따라 카이스트 사상 초유의 총장 직무정지사태는 피하게 됐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14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261차 정기이사회를 열어 과기정통부가 요구한 신 총장 직무정지안을 상정하고 논의했으나 이사들 사이에 결정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면서 결정을 유보하고 차기 이사회에서 이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 이사장과 신 총장, 구혁채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 등 이사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정부 측 당연직 이사들은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다른 이사들은 신 총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정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철 총장은 이사회 결정 직후 "본인의 일로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며 "정부관계자를 포함한 이사들의 결정에 감사하다. 더욱 신중하고 겸허하게 대학을 경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종료 후 공식 발표문을 통해 "과기정통부가 관련 법령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법적 조치를 이행했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를 존중한다"며 "이제 이사회가 과기정통부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카이스트의 명예와 구성원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앞서 과기정통부는 대구경북과기원(DGIST)에 대한 감사에서 신 총장이 DGIST 총장 재임 당시 한국연구재단 및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각각 다른 내용의 연구협약을 체결해 국가연구비를 지원받고 이 중 22억원을 LBNL로 빼돌린 것으로 판단, 신총장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카이스트 이사회에 총장 직무정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신 총장은 "LBNL에 대한 현금지원은 이 기관이 보유한 X-선 시설 빔 타임에 대한 독자적 사용권한 확보를 위해 적법 절차를 거친 협약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일체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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