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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삼성전자도 "'이것' 없으면 …"

"아무리 뛰어난 인력이나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소재 자체가 없으면 제품 자체를 만들지도 못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한 임원이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며 던진 말이다. 지금이 글로벌 전자·IT 업계를 주름잡던 '코리아 반도체'의 위상이 흔들릴 법한 위기라고도 한다.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수출 우방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향후 사업에도 경고등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에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 품목으로 꼽은 3종은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다.

이 중에서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90% 이상, 불화수소는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3개 품목은 지난 한달간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허가가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핵심 소재 확보 및 대체품목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협력사들에 "모든 책임을 지겠으니 일본산 소재를 3개월치 가량 확보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됨으로써 불화수소나 포토레지스트 외에도 전략물자에 포함된 다른 반도체 필수 소재의 공급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서다.

당장 우려가 되는 소재가 바로 실리콘 웨이퍼(Wafer)다.

웨이퍼는 불순물을 제거한 실리콘(규소)를 가공해 만든 동그란 원판이다.

이 원판에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회로를 그리고, 이 모양대로 웨이퍼를 깎아내고 불순물을 없애는 방식으로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이다.

특히 웨이퍼의 경우 일본 업체들의 기술력과 품질이 뛰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신에츠(Shin-Etsu)와 섬코(Sumco)가 각각 27%, 26% 전후의 점유율로 업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독일의 실트로닉스, 한국의 SK실트론 등도 있다.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나 불화수소의 경우처럼 자국 기업들의 웨이퍼 점유율이 높은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웨이퍼 수입 규모는 4억7000만달러(약 5500억원)였으며 이 중 일본산 비중이 39.7%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본 웨이퍼를 절반 가량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웨이퍼 구입에 쓴 돈이 1조6642억원이다.

주요 매입처는 일본의 섬코과 글로벌웨이퍼 등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웨이퍼 매입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에서의 재료 구입비 23조7000여억원의 7%에 불과한 수준이다.

2018년에 삼성전자가 전체 사업에서의 재료비로 쓴 약 78조원에서의 비중을 따져보면 약 2.14%에 불과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웨이퍼 구입에 8484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전체 재료 구입비 6조3080여억원의 13% 수준에 해당된다. SK하이닉스는 "일본, 독일, 미국, 한국 등 5개 업체로부터 300㎜ 웨이퍼 완제품을 수입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재고로 버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고를 모두 소진한 이후부터가 문제다. 단기적으로 일본 외에 다른 업체들에게 웨이퍼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주문한다 하더라도 실제 해당 기업들이 라인을 증설하고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웨이퍼의 절반 이상을 일본 기업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기업의 웨이퍼 수입이 불가능한 경우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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