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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春! 봄마중![Biz 人] 강전섭 청주문화원장 …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 강전섭 청주문화원장(수필가)
  • 승인 2023.02.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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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전섭 청주문화원장(수필가).

풍경은 밤새 울었다.

시퍼런 달빛을 베어 문 채 성난 짐슴처럼 울부짖었다. 시린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연신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토해냈다. 여명이 어둠을 삼키자 차츰 거친 울음은 잦아들었다. 
 
풍경이 동살에 언 몸을 털어낸다.

청징한 하늘을 향해 은빛 금빛 날개를 팔랑이며 유영한다. 생기를 되찾고 밝은 세상과 조우하며 활짝 웃는다. 어둠이 잉태한 숱한 사연과 아픔을 품으며 맑은 소리로 세상을 안는다. 밝음과 어둠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듯 풍경은 계절을 순환하며 새 생명을 낳는다. 지난 봄날을 기억해내곤 상큼한 냄새를 빨아들이며 힘찬 날개짓으로 하늘을 차오른다. 
 
쥐똥나무 숲 담장 너머에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봄 오는 소리일 게다. 사람들은 여전히 옷깃을 여미는데 봄은 시나브로 소리없이 다가온다. 애오라지 내 자신만이 겨울과 싸울 뿐이다. 
 
또다시 풍경이 온몸을 흔들며 운다.

풍경이 우는 건 추운 계절을 버텨낸 승자의 외침이다. 풍경이 춤추는 건 봄을 알리는 환희의 몸짓이다. 풍경은 달큰한 공기를 핥으며 봄을 기다린다. 한번 울릴 때마다 봄이 한걸음씩 다가선다. 봄을 처마끝 풍경에 매단다.  
 
입춘이다.

봄을 기다리는 게 어디 여심뿐이랴. 소매 끝에도 봄기운이 스며들고, 뜨락에 벙근 운용매(雲龍梅) 봉오리도 봄을 기다린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첩을 쓴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소망한다.

 

 

강전섭 청주문화원장(수필가)  kangs4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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