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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 승인 2015.02.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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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陶淵明). 중국 동진(晉)말기부터 남조의 송대 초기까지 산 시인이다. 도화원기(桃花園記)의 작가. 대대로 벼슬을 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부터 벼슬이 변변치 못해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 재주라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다였다. 29살 때 비로소 추천을 통해 미관말직을 얻었다. 벼슬이라 말하기조차 부끄러웠지만 목구멍이 포도청. 13년이나 지속되었다. 임무는 마을 대소사와 인구 등을 조사해 상부에 알리는 일이었다.

그는 보고서 작성 때면 평소와 달리 동 트기 전에 일어났다. 목욕재계와 의관정제한 뒤 연적을 챙겨 집을 나서 풀숲으로 갔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털어 정성껏 연적에 담았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데다 물이 흔한데 왜 사서 고생하며 이슬을 담았는가?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먹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슬을 먹물로 쓴다고?

이슬. 풀 등 물체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붙어 있는 물기다. 수증기는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다. 공기 중에는 0,001%가 들어 있다. 수증기는 다른 불순물이 들어있지 않아 순수하다. 이 수증기가 풀잎과 닿으면서 생성된 이슬은 불순물이 포함될 수 있으나 극미량이다. 수증기와 별 차이가 없다. 도연명은 이슬에 먹을 갈아 만든 먹물로 보고서를 썼다. 이슬이 순수한 것처럼 보고서도 거짓, 사심, 가감,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작성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현령으로 있을 때다. 관청 공전(公田)에 벼를 심었다. 수확 때 지방감찰관이 조사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감찰관은 부패와 부조리 그 자체였다. 감찰관에게 잘 못 보이면 되나가나 세금 폭탄에 맞아 농사 말짱 도루묵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융숭한 접대와 푸짐한 선물을 준비하자고 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한 마디 던졌다. “쌀 다섯 말의 녹봉 때문에 상급자 감독관에게 어찌 허리를 구부릴 수 있겠는가?(我豈能爲五斗米折腰)” 현령의 직무에 떳떳하니 부정부패로 똘똘 뭉친 감찰관에게 알아서 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강변이다. 그는 즉석에서 관복을 벗어버리고 고향으로 떠나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추호의 불의나 부정과는 타협하지 않는 올곧음과 강직함 그 자체였던 것이다.

우리 언론인. 도연명이 이슬에 먹을 갈아 보고서를 작성하고 불의에 굴하지 않듯, 순수함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공정성과 정론직필에 충실한가? 권력과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렇다’라고 답할 언론인이 얼마나 있을까?

부끄럽게도 많은 언론인들이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지 못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기계에 점점 노예가 되어가고, 좌정천리(坐停千里)에 빠져 현장감이 떨어지고, 역사의 한 시점을 위치하지 못한 채 시대정신을 상실하고 있다. 매체 역시 언론인들을 이른바 앵벌이로 내몰며 스스로 저질 언론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러니 기사가 광고 또는 감정에 춤을 추고, 뒤탈이 겁나 왜곡되고, 진실 없는 사실에 근거하고, 엿으로 바꾸어 먹고, 강요에 의해 혼을 담지 못하고, 흥미위주로 가공돼 한낱 소설이 되고,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고, 인터넷 공간의 정보와 지식에서 그럴싸하게 심장적구(尋章摘句)되거나 단장취의(斷章取義)되고, 속보에 밀려 진실이 도외시되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꼴이 되기 일쑤임을 부정할 수 없다.

불의와 부조리의 감시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과 사회통합.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다양한 매체와 종류에 따른 무한경쟁 속에 수많은 기사가 양산되고 발굴되고,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분석도 이뤄진다. 하지만 백가쟁명(百家爭鳴)이어서 아쉽게도 언론의 역할과 현실이 괴리되어 가고 있다. 빗등과 장구통을 연결하는 살이 제 각각 길이와 굶기가 달라 수레가 삐걱거리며 잘 굴러가지 않는 형상이다. 사회통합과 정의실현보다 사회계층간의 갈등과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언론의 서글픈 현실이며 역설이다.

이제 또 하나의 언론이 탄생했다.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길 기대한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thecm1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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