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자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연구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감을 나타냈다.
불안정한 신분으로 마음 놓고 연구에 집중할 수 없었던 비정규직 연구자들은 희망섞인 기대를 품고 있는 반면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해결하고 실현시킬 수 있을 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미래 불안한 출연연 연구인력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모두 1만 589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3714명(평균 23.4%)이 비정규직이다. 많은 곳은 10명 중 3.9명이 비정규직인 기관도 있다.
그나마 2015년에 비해 개선된 수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정부가 비정규직 인력을 관리하면서 비정규직은 줄었지만 오히려 아무런 법적 보장을 받을 수 없는 학생 연구생이 그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청년과학기술자모임이 최근 발간한 '과학기술계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783명이던 학생연구원 수는 2016년 4028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학생연구원 숫자가 계약직으로 고용된 연구원 수를 넘어섰다.
신명호 공공연구노조 과학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와 출연연 경영층이 기관평가 지표로 관리되는 명목적인 비정규지 비율을 줄이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더 열악한 비정규직 형태인 항생연구생을 대폭 증가 시켰다"라며 "학연생은 물론 대학의 조교, 강사 등에 대한 노동 3권을 보장하고 동일노동, 동일 임금을 법제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연구자들이 대부분 20~40대의 비교적 젊은 연구원들이어서 이들에 대한 안정적인 신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출연연구원에서 위촉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35)씨는 "4~5년 동안 진행하던 연구 프로젝트가 끝나갈 때에는 다음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할 까 불안하다"며 "연구 중에도 돌연 중단될 가능성이 있어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데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정부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안한 고용 형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풀어야 할 과제 산적
하지만 출연연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화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비정규직 연구원이라하더라도 고용 형태가 기간제, 단기계약직, 별정직, 연수과정노동자, 위촉연구원, 박사후과정 등으로 달라 한가지 잣대로 전환하기 어려운데다 탄력적인 연구 인력이 필요한 분야의 경우 기술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출연연 소속 한 연구자는 "안정적인 연구 환경도 필요하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다양한 연구 인력이 머리를 맞대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가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라며 "모든 연구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오히려 연구 환경이 경직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제한된 예산으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를 확보할 수 있을 지도 문제다.
별도의 예산 책정없이 기존 연구개발 예산에서 인건비를 확보해야 할 경우 연구 환경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놓고 인원 등을 파악하고 있다"라며 "각 기관의 특성이나 연구 환경에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간접고용 근로자도 해당될까
연구시설 관리 업무 중 미화나 관리, 경비업무 분야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해당 영역은 대부분 용역 등 외부 업체에 맡겨져 있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정부에서는 기간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추진될 때도 아예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차별을 겪었다.
노동계는 이번 기회에 문재인 정부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도 해소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일자리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에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 계획이 포함돼 있어 기대를 하고 있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이영훈 대전지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차별을 겪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앞선 사례를 통해서도 원청기관의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등을 통한 꼼수 정규직화나 전환 이후 처우는 개선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만들어가는 노사협의기구를 구성"을 제안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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