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제 당 50초 정도 주어지는데 말 그대로 기계처럼 풀어야 합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강남의 한 취업학원에서 진행한 직무적성검사 특강을 들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잇따르는 공채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괜찮은 학점에다 어학연수, 인턴 경험도 있는 그였지만 적성검사는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수리·언어·상식·추리·자료해석·역사·공간지각까지… 두툼한 문제집만 보면 자신감이 확 떨어졌다.
김씨는 "취업 과정에서 인·적성점수가 기본인데 점수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걱정"이라며 "패턴과 유형도 매년 달라지는데 기대만큼 성과가 나올지도 미지수라 불안하다"라고 토로했다.
추석연휴가 끝난 뒤 이달 중순부터 하반기 공채가 본격화하면서 일부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성·적성검사 준비에 몸살을 앓는 취업준비생들이 적지 않다.
촉박한 시간제한 속에서 지능검사식 문제를 풀어야하는 탓에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데다, 기업별로 요구하는 항목이 제각각인 점도 시름을 더하는 이유다.
7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하반기 직무적성검사를 실시한 20개 대기업의 문제들을 분석한 결과, 지원자들은 적게는 60문제에서 많게는 220문제(평균 63.1문제)를 풀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시간은 평균 47.7분으로, 한 문제당 평균 48.5초가 주어졌다.
말 그대로 기계처럼 문제를 풀어야하는 셈이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 그룹 시험의 경우 지원자들은 44분 안에 220문항을 풀어야 했는데 단순 계산하더라도 한 문제에 12초 꼴이었다.
이처럼 촉박한 시간은 취준생들을 학원가로 이끄는 요인 중 하나다.
한 취준생은 "객관식 문항이기 때문에 찍기 운도 많이 작용하는 구조"라며 "영역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 학원에서 알려주는 문제풀이 요령이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준비해야 할 분야가 한두 개가 아닌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현대차그룹에서 실시한 시험은 인성검사(112문항·60분)와 함께 언어이해·논리판단·자료해석·정보추론·도식이해 등 5개분야 적성검사(110문항·140분)를 요구했다.
오는 14, 15일 예정된 LG와 포스코는 각각 인성검사와 6개 영역, 5개 영역 적성검사를 예고했고, 삼성(22일) 지원자들은 언어와 수리 등 5개 영역(160문항·140분)을 준비해야 한다.
5∼8개의 영역을 준비해야하는데 기업별로 문항이나 문제 형식이 조금씩 다르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해 취준생·사회초년생 등 16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취준생의 59.8%가 '광범위하고 어려운 인·적성검사가 부담'이라고 응답했고, 이미 기업에 입사한 사회초년생 중 52.3%가 '취업을 준비할 때 각 기업의 인·적성검사를 준비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인·적성검사가 직무역량을 평가하는데 적절한 방식인지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에 일부 대기업에서는 인·적성검사를 폐지하는 경우도 있다.
인·적성검사를 없애는 대신 산하 계열사가 자체적인 시험이나 평가기준을 만들거나 프레젠테이션 면접 등을 도입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험제도가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여전해 인·적성검사와의 씨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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