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기업에 취업하기는 어렵고 다른 고시를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니 학과 친구들이 대부분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도 기왕이면 전문직이 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고려대 경영학과 15학번 A씨) "취업 준비를 하다가 로스쿨 진학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갖게 되면 굳이 로펌이 아니더라도 취업의 선택지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주변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친구가 많아요."(서울대 경영학과 12학번 B씨)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바늘구멍 뚫기'에 비견되는 취업난 때문에 로스쿨로 눈을 돌리는 대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그나마 취업이 잘된다는 국내 최상위권 대학의 경영학과 학생들마저 로스쿨 준비에 올인하는 지경이다.
고스펙 학생들의 전문직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로스쿨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로펌 취업 경쟁률이 대폭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기업에선 "상경계 우수 인재들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인력 편중' 심화를 걱정한다.
13일 매일경제가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최상위 로스쿨인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의 상경계 출신 입학생 비율은 평균 45%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로스쿨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09년에 비해 120%나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대치다.
그동안 대학에서 가장 취업이 잘되는 전공으로 꼽혀왔던 상경계열 학생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로스쿨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고려대·연세대 경영학과와 같은 최상위권 대학 대표 학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학생들 눈높이가 높다 보니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직장에 들어갈 바엔 전문직을 택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 로스쿨은 입학생 88%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졸업생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한 김 모씨(28)는 "경영대 동기들끼리는 2~3년 더 고생해서 전문직이 되는 게 길게 보면 남는 거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유치한 대학들이 학부 과정에서 법대를 없애면서 기존 법대에 진학하려던 학생들이 상경계열이나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경계열의 로스쿨 진학 열풍은 거센 편이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은 "학부에서 법대를 없앤 대학교는 소수인 데 반해 전체 상경계열 학생들의 로스쿨 지원율은 그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며 "반면 이공계열 학생들 지원율이 예년보다 점차 떨어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 수는 대폭 증가했다.
지난 8월 시행된 LEET에 지원한 인원은 총 1만58명으로 처음으로 지원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실제 시험을 치른 응시생도 도입 첫해인 2009년(9693명) 이후 두 번째로 많은 9400명을 기록했다.
LEET 응시생은 2010년 이후 줄곧 7000~8000명 수준을 맴돌았지만 올해 다시 9000명대로 올라섰다.
사법시험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될 예정이라 로스쿨 준비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난으로 학부 졸업 이후 곧바로 로스쿨로 직행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로스쿨 입학 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합격생 중 60%가 학부 졸업생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2009년 15%에서 9년 새 4배나 증가한 것이다.
당초 로스쿨 제도의 취지는 대학 졸업 이후 각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로스쿨을 통해 전문성에 법학을 가미해 우수한 법조인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로스쿨이 일종의 취업 관문으로 전락하면서 로스쿨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겪을 '2차 취업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로스쿨을 졸업해서 법원·검찰·대형 로펌에 가는 숫자는 모두 더해봐야 한 해에 300~400명 수준인데, 로스쿨을 졸업하고 시험에 붙는 사람은 1200~1300명에 달한다"며 "인력 공급만큼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 보니 로스쿨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인력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며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한 금융회사 인사담당자는 "요즘에는 공대생들만 몰려와서 전공의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점차 우수한 상경계열 인재들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저작권자 © 충청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음악·명화·인문학이 어우러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