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구성원들로부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시스템을 먼저 만들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충북 청주대가 '역주행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0여 년 전 없어졌던 국가고시 준비반 '청석헌'을 부활하겠다는 프로젝트인데, 목표가 하위직 공무원을 양성하는데 맞춰진 것으로 드러나 이 학교를 졸업한 다수의 동문으로부터 호된 공박을 받았다.
8일 이 대학 총동문회 등에 따르면 청주대는 전날 오후 교내에서 '공무원 양성 프로그램 시행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정정순 충북도 행정부지사, 경청호(현 청주대 총동문회장) 전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등 이 대학을 졸업한 동문과 재학생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주대는 공청회에서 과거 고시준비반으로 운영하던 청석헌을 공식기관으로 부활하고, 이곳에서 공부할 학생 150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2년간 30여 명에 불과한 공무원시험 합격자 수를 올해 60명, 내년 80명, 2017년 100명으로 늘린 뒤 2020년에는 200명 선을 돌파하겠다는 게 청주대의 목표다.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방학기간엔 숙식을 지원하는 데 올해만 8억3000만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발표했다.
황신모 총장은 "오늘 발표하는 공무원 양성 프로그램은 청주대가 새롭게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7∼9급 공무원 합격자를 양성하는 공식기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공청회장에선 박수 대신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차세대 핵심인재 육성의 산실이던 청석헌을 모독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먼저 쏟아졌다. 한 동문은 "입법·사법·행정고시, 공인회계사를 배출하던 청석헌을 9급 공무원 양성학원으로 만들자는거냐"고 소리쳤다.
학생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박명원 총학생회장은 "강의실엔 책상이 부족하고 물까지 새는 현실을 아느냐"면서 "1만3000명 학우 중 100여 명에게만 특혜를 주겠다는 발상인데, 나머지 대다수 학생은 능력껏 공부하라는 주문인거냐"고 꼬집었다.
이어 "청석헌을 부활한다고 해서 청주대의 역량이 성장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취업준비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부터 신경쓰라"고 요구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집어치우고 전체 학생·교수진의 질적 향상을 먼저 꾀하란 주문도 쏟아졌다.
송우영(전자공학) 교수는 "청주대 이공대 전공학점이 다른 학교보다 20점 가량 적은 이유를 아느냐"고 황 총장에게 질문한 후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자 '원가'를 줄이려는 것인데, 이렇게 투자엔 인색하면서 적립금만 계속 조성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한 청주대에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장 출신인 한 동문은 "30년 전 김준철 전 총장 퇴진운동을 벌이던 당시와 지금의 학내 현실이 너무나 똑같은 점에 가슴아프다. 학교를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만들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전반적 취업률을 높이는데 주력하진 않고 소수 학생만을 위한 프로그램(청석헌 부활)을 진행한다는 발상은 국가대표 전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저변은 오히려 줄이는 짓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청주대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수(한강) 이남 최고의 사학으로 불렸는데, 그 명성을 유지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청석헌이었다. 1970년대 '학생연구실'이란 명칭으로 운영되던 고시준비반은 1982년 청석헌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청석헌은 김윤배 청석학원 이사가 총장으로 취임하고 난 직후인 2000년대 중반부터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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