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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산·학·연 R&D 지방분권!"R&D 지원 서울지역 대학 '쏠림' 뚜렷 … "지방분권 R&D 육성법 제정 필요"
▲ 지난달 부산대에서 열린 'R&D 지방분권 정책토론회'.

"이젠 산ㆍ학ㆍ연 R&D 지방분권 시대다."

최근 발표된 정부 개헌안의 헌법 1조에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같이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국가 R&D 예산의 지방 배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우수 인재 수도권 유출을 막아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 R&D 육성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역대학 교수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가 R&D 예산 지방분권을 처음 화두로 제시한 것은 부산 지역 대학 교수들이다.

부산대, 부경대, 동명대, 동서대, 신라대 등 10개 대학 30여 명의 교수가 지난달 '지방분권 R&D 정책포럼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방분권 R&D 육성법 제정 촉구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 위원회에 전라·충청·강원권 대학 교수들을 포함시켜 점차 전국 단위의 조직으로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추진(준비)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하나같이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 R&D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 대학, 산업체, 공공기관이 R&D 예산을 확충해야 지역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고,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 지역 현안에 딱 맞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발전시킨 기술을 이전받은 지역 산업체가 발전하면 다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번 논의의 골자다.

실제로 국가 R&D 사업 중 대학에 지원되는 과제의 절반가량이 서울대 등 상위 10개 대학에만 편중된 상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대·한양대·카이스트·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경희대·포항공대·부산대·인하대 등 총 10개 대학이 최근 5년간 대학에 지원된 연구개발 과제(총 4512건) 가운데 1943건(43.1%)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비로 따지면 총 1조1086억원 가운데 47.7%(5287억원)를 가져갔다.

전체 인건비도 5089억원 가운데 47.2%인 2401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중 과학기술원을 제외하면 지방 대학은 부산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R&D 지원의 서울지역 대학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지점이다.

또 지역별로 보면 서울소재 대학이 전체 대학수행 과제의 47.7%인 2150개를 수행했고, 연구비와 인건비는 각각 전체의 50%인 5537억원 및 2553억원을 지원받았다.

국가 R&D 사업이 서울지역 대학에 쏠려 있는 것이다.

경기·인천지역 대학까지 포함하면 전체 대학지원 연구개발의 3분의 2가량이 수도권에 몰렸다.

▲ 지난 1월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 정책간담회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간담회를 마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역 대학 교수들은 '인력 유출'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도권 대학에 R&D 예산이 몰려 있다보니 지역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연구 여건이 좋은 곳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추진(준비)위원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홍봉희 부산대 교수는 "아무리 지역 대학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훌륭한 연구를 한다고 해도 함께 연구해야 할 인력이 모두 수도권으로 쏠리면,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대, KAIST 중심의 R&D 예산 배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호열 강원대 교수도 "대부분 연구는 교수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연구팀을 구성해서 해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온다"며 "연구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학생들의 역할인데 지방 대학에 연구를 지원해야 할 학생들이 없으니 성과가 나올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학생들이 지역 대학에서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 등이 관건"이라며 "지방 대학에도 R&D 예산이 분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중앙집권적 예산 배분이 지역 현안 해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내놨다.

전북교수연구자연합회 소속 송광인 전주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톱 다운(top down)'식 예산 배분으로는 지역현안 및 산업에 관련된 연구는 전혀 할 수 없다"며 "지역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중앙 정부 인사들이 예산을 칼질하기 때문에 정말로 지역에 적합한 연구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지역 대학의 교수들은 사업에서 탈락하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지난 9일부터 과학기술기반 지역수요 맞춤형 R&D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기는 하다.

지역이 스스로 선정·설계한 R&D 수행을 지원해 지자체의 주도적 R&D 경험 축적과 혁신역량 제고를 지원한다는 취지의 신규사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테크노파크와 같은 조직을 또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예 예산권 자체를 지방으로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보다 현실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방분권 R&D 육성법' 제정 논의도 활발하다.

육성법을 제정해 독립된 지방 R&D 집행기구를 설치하고, 지역 발전에 관한 중앙정부의 R&D 예산 및 집행 권한을 이 기구로 이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R&D 독립기구 설립과 운영도 정부나 지자체보다는 지역 대학과 산업계 및 지역 관계자들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진(준비)위원회는 육성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이에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100여 명의 교수 및 산업체 관계자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윤석찬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분권이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서 헌법 1조로 명시된다고 해도 국가 R&D 예산의 지방 배분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 R&D 예산을 중앙부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방에 지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지방분권 R&D 육성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성우  sungwoo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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