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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CI 재검토 권고…'자가당착'에 빠지나

"집행부에 청주시 상징물(CI) 재검토를 권고하고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토록 한다."

충북 청주시의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3일 올해 제1회 정례회 운영 정상화를 약속하면서 만든 합의문의 일부다.

여야의 합의로 정례회 운영은 하루 만에 정상화됐다. 그러나 1억3000만원을 들여 CI를 만들고 조례까지 공포한 청주시는 이 합의 때문에 이만저만 난감한 게 아니다.

시는 조례를 공포하면서 "청주를 생명의 시작이자 창조적 가치의 원동력을 의미하는 씨앗으로 상징화한 심볼마크"라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그러나 시의회의 재검토 요구로 CI를 스스로 검증한 뒤 폐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는 심각한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시민단체의 요구대로 시의회가 시에 '결자해지'를 요구한 셈이다.

"새 CI에 대한 반대여론이 많다"는 야당 시의원들의 주장을 여당도 수용한 것이어서 시는 CI 찬반 여론의 분포를 시의회에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CI에 대한 '호불호'는 눈으로 봐야 밝힐 수 있기 때문에 무작위 전화 조사로 여론을 확인하기 어렵고 공개토론회를 연다고 해도 찬반론이 맞서면서 공전만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의 자체 검증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주장처럼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확인되면 시의회 보고를 거쳐 새로운 CI 제작에 나서야 하지만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따른다.

통합 시청사 건립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시는 어설픈 CI를 제작하는 바람에 '생돈'을 날리고 갈등만 유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CI를 단독 승인했던 새누리당 시의원들 역시 온전치 않은 CI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야당의 비난처럼 여당 청주시장의 '호위무사' 였음을 인정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 만든 CI를 다시 교체하기까지 또다시 상당한 진통과 갈등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한 시의원은 "여야 시의원 모두 CI는 별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그런 CI 때문에 또 행정력과 돈을 소모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의회 여야가 재검토를 권고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뒷일' 걱정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고는 요구나 청구 등에 비해 완곡한 표현이다. 법률적으로도 권고는 상대방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 측에 제시했던 합의문 초안부터 '권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검토 권고만 요구했을 뿐 재검토 결과 시의회 보고는 새정치연합 측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토록 한다"는 문구는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측이 추가했다는 후문이다. 시 집행부에 CI 재검토를 사실상 강제한 것으로, 야당의 합의 유도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의 한 관계자는 "CI를 바꾸라는 것인지 아닌지 혼란스럽고, 시의회에 이를 직접 물어보자는 의견도 나온다"며 답답해하면서 "시민 여론을 수렴하는 방법에서부터 충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당인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지난달 22일 제8차 임시회에서 새정치연합 시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CI 교체를 골자로 한 '청주시 상징물 등 관리 조례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를 '날치기'로 규정한 야당은 이날 이후 의사일정 거부를 선언하고 거리로 나서 장외 선전전을 펼쳐왔다.

지난 22일 제9회 청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장에서 "오만과 불통 김병국 의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의정 단상을 점거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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