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확정된 가운데 진보 성향의 시민·학부모·청소년 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국정화를 위한 설득이나 납득과정이 전혀 없는 '졸속 행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거부하는 청소년 모임의 이상현 활동가는 1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행 과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레 국정화 발표를 듣게 된 상황"이라며 "갑작스런 국정화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이어 "2017년부터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려면 내년부터 집필을 시작해도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단 1년밖에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일반 출판사에서 만드는 것보다 부실한 교과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 활동가는 "결국 촉박한 시간 때문에 정부가 국정교과서에 특정한 방향을 제시하기는 쉽고, 제시된 방향을 집필진이 논의하고 검토·수정하긴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준영 상임대표는 "시기적으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모습에서 역사 왜곡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현 정권을 우호적으로 보는 데 국정교과서가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교과서가 쉬운 역사교육을 가능하게 한다는 일부 국정화 옹호론에 대해서도 "역사교육은 '쉬움'에 초점이 있는 게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의 삶을 성찰하고 미래를 바라보려는 것"이라며 "역사교육의 취지에 국정교과서는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최은순 회장은 "기존 교과서 검정제도 역시 민간이 마음대로 교과서를 편찬하는 게 아니라 교육부의 기준에 맞춰 검열을 받는 시스템이었다"며 "좌편향을 이유로 한 교과서 국정화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400여개 진보 성향 단체로 이뤄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운영진 긴급회의를 열 방침이다. 이들은 회의에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농성과 교육부 항의방문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들은 이와 함께 이번 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네트워크 소속 단체들이 돌아가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네트워크 소속 단체 한 관계자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사임까지 요구하는 정치권의 흐름도 있고 당사자인 청소년과 대학생들도 촛불을 밝히고 있다"며 "전국 단위의 서명운동 뿐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의 토론회와 심포지엄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거부하는 청소년 모임 등 청소년단체와 청년단체 역시 전국 청소년들을 상대로 국정화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날인 11일 밤부터 밤샘 농성을 벌였다는 한 대학생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여론이 있음에도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네트워크, 역사단체, 청년단체 등이 나서 향후에도 국정화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을 약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시스 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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