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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가을 끝자락에 떠나는 추억 여행

흔히 가을을 감성적인 계절이라 부른다. 그래서인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여행의 묘미는 아무런 준비 없이 훌쩍 떠나는 데 있지만 막상 떠나려 하면 반겨주는 곳 하나없어 외롭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깊어가는 가을을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일. 풍부한 가을 감성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여행지로 주저말고 떠나보자.

◇ 단양 '벽화골목'

인파가 북적이는 도심을 피해 가을 끝자락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단양 벽화골목에 모여들고 있다.

충북 단양군 단성면 상방리에 위치한 ‘추억의 벽화골목’ 은 메스컴 등을 통해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이곳에 다다르면 1970년대 정겨운 시절로 시간 여행 떠날 수 있는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상상의 타임머신이 기다리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기억 저편 어딘가에 도착하면 쌀집 아저씨, 문방구 아주머니 등 그림 속의 주인공들이 생생하게 곁으로 다가와 다정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며 추억의 꾸러미를 한아름 안겨준다. 

추억의 벽화골목은 단성면 상방 삼거리 직행버스 간이 정류장에서 하방리 체육공원을 잇는 폭1.5m, 길이 300m 남짓이며, 30여년전인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장을 보는 사람, 등교하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단양의 명동거리였다.

지금은 주말이면 카메라 앵글에 저마다의 추억을 담는 시간여행 떠나온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지난해까지는 몇몇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단양미협 회원 등 예술인들이 옛단양 주민과 상인들로 북적이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70년대 옛 단양 가는 길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붓을 들었다. 

점묘화, 트릭아트 등 각자의 스타일로 그려 넣은 농악, 상점, 부모은중경 이야기, 매화와 참새 등 다양한 풍경으로 가득차 있다.    

대강면 사인암리와 단성면 하방리 벽화골목은 올 여름 상명대학교, 상지대학교 학생들의 자원봉사로 조성됐다.

마음씨 착한 대학생들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소백산 죽령사과, 사인암, 백설공주,단양의 아름다운 사계 등을 담벼락에 아기자기하게 그려 넣어 사인암, 죽령 옛고개, 선암계곡, 구담봉, 옥순봉 등 주변의 유명 관광지를 찾은 사람들에게 ‘사진찍기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벽화 골목에서 시간여행을 마친 이들이 추억의 화룡점정을 찍으려면 꼭 찾아야 곳이 있는데 바로 적성 이끼터널이다.

단성면 상방리 벽화골목에서 수양개 선사유적 박물관 방향으로 10여분 남짓 거리를 이동하면 수많은 사랑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적성 이끼터널을 만날 수 있다
도로 위로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양옆으로 초록빛 이끼가 가득한 것이 특징이다.

초록빛 이끼가 필 때 연인끼리 손을 맞잡고 이곳을 거니며 사랑을 약속하면 결실을 맺는다는 동화 같은 설화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 창녕 '낙동강 남지개비리길'

경남 창녕군의 '낙동강 남지개비리길'은 역사·문화·생태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개비리길은 낙동강가의 절경을 따라 자연적으로 조성된 길이다. 낙동강 남지 유채밭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포장도로 끝에 낙동강과 절벽 사이에 난 작은 오솔길이 개비리길의 출발점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이 길은 수십m 절벽 위로 아슬아슬 이어지면서 낙동강이 그려주는 눈부신 풍경을 가슴에 담아 올 수 있는 시골 여행길로 도보여행 동호인들 사이에 명성이 높다.

이 길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영아지 마을에 살던 황씨 할아버지의 어미 개가 새끼 11마리를 낳았는데 그 가운데 병약했던 젖먹이 새끼(조리쟁이 : 못나고 작아 볼품이 없다는 뜻의 지방 사투리)가 시집간 딸이 있는 용산마을로 갔다.

그런대 며칠 후 친정의 어미 개가 와서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미 개가 매일 젖을 주려고 산을 넘어 두 마을을 오간 것이다.

이후에도 딸이 어미 개를 살펴보니 폭설이 내린 날에도 여전히 용산마을에 나타났고, 하루에 꼭 한 번씩 새끼 개에게 젖을 먹이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어미 개가 어느 길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따라가 보니 눈이 없는 낙동강 절벽면을 따라 쌔끼에게 젖을 주려고 산을 넘어 다녔던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높은 산 고개를 넘는 수고로움을 피하고 '어미 개가 다닌 이 개비리길'을 이용하게 됐으며 '개비리'라는 길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경상도 지역 지명에 종종 등장하는 '개비리'의 '개'는 강가를 말하며 '비리'는 벼랑이란 뜻의 벼루에서 나온 사투리로 강가 절벽 위에 난 길의 뜻으로 벼랑을 따라 조성된 길을 의미한다.

낙동강 남지개비리길은 남지읍 용산리에서 신전리 영아지 마을까지 총 6.4㎞ 구간에 주차장, 화장실, 전망대, 쉼터, 안전난간, 편의시설, 나무 심기, 안내판 등이 친환경적으로 설치됐다.

이 길 주변에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이 첫 승리를 거둔 기음강전투 지역과 한국전쟁 때 낙동강 최후 방어선에 있던 남지철교(등록문화재 제145호) 등이 산재해 역사 테마길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에서 10㎞ 떨어진 영산면에는 '임진왜란 호국충혼탑' 3·1 독립운동 기념비' 6·25 영산지구 전적비'가 들어서 있다.

박은진  seven24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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