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충북의 한 대학 '건축비리'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꽁꽁' 싸매뒀던 수사 내용을 공식적으로 풀어 놓았다.
그러나 알맹이가 없다.
지역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사건이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렸으나 정작 검찰이 내놓은 결과물은 이미 알려진 그저 그런 것이었다.
그동안 입을 굳게 다물고 수사에만 매진(?)해 내어놓은 검찰의 대학 '건축비리' 수사를 조목모족 짚어 봤다.
◇ 檢의 수사 착수 배경?
지난해 11월 20일 A대학교 무허가 기숙사 건축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인부 1명이 숨졌다. 이 사고와 관련해 괴산군청은 불법 건축인 것을 확인하고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대학은 이런 괴산군청의 명령에도 공사를 강행했다. 기숙사가 완공된 이후에는 학생들을 입주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대학의 이 같은 행위가 학생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판단해 A대학 건물 전체의 적법성과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시작했다.
◇ 수사로 드러난 사실?
수사로 드러난 '건축비리' 사건의 핵심은 불법 건축행위다. A대학 건물 25곳 가운데 1곳의 일부를 제외하고 24곳 전체가 사전에 군의 관리계획(변경)결정·실시계획인가·건축허가 없이 건축됐다.
특히 대학의 최고 책임자인 재단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불법 건축행위가 이뤄졌고, 적발되더라도 이후에 해결(사후군관리계획결정·사후건축허가)하는 불법적인 관행이 꾸준히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것이 '건축비리'의 원인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괴산군청 공무원들이 허가(사후건축허가)를 위한 허위공문서를 작성·행사했고 뇌물까지 받은 것을 확인했다.
◇ A대학 제기 행정심판은 왜?
A대학은 괴산군청의 처분 등과 관련에 충북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A대학이 낸 행정심판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것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충북도 공무원이 비공개로 된 행심위 명단을 유출하는 등의 불법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A대학은 무허가로 지은 학교의 관리동이 농지법 위반으로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이 대학을 운영하는 재단은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행심위가 법률로 금지된 행정심판 사건의 대리인 업무를 수행하고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행정심판의 간사로 참여한 충북도 공무원이 허위 증거조사 결과를 위원들에게 설명했고, 결론적으로 인용재결을 이끌어냈다고 검찰은 결론지었다.
◇ 기소된 사람은 누구?
A대학 '건축비리'로 구속 또는 불구속 등 기소된 이는 모두 24명이다.
구속기소 된 이가 4명, 불구속 기소 19명, 약식기소 1명이다. 이 대학이 속한 재단법인도 기소됐다.
이들 가운데 현직 공무원은 충북도 소속 2명과 임각수 괴산군수를 포함해 군청 소속 5명, 전직 괴산군청 공무원은 2명이다. 대학이 속한 재단의 이사장과 사무국장도 기소됐다.
이 밖에 모 건설사 대표(구속기소)와 청주의 한 법률법인 소속 변호사(불구속기소) 등도 기소되면서 '건축비리'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기소 된 인물은 재단 사무국장 권모(56)씨, 시공사 대표 홍모(59)씨, 괴산군청 건축허가팀장 양모(52)씨, 설계·인허가 업무를 대행한 건축사 강모(53)씨 등이다.
중원대학교 재단 이사장 안모(74)씨와 전·현직 총장, 전 사무국장, 총무처장, 전 시설관재팀장·대외협력실장 등 대학 관계자 7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충북도 별정직 공무원 김모(67)씨와 법무통계담당관 김모(56)씨는 각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다.
행정심판 위원 명단을 넘겨받은 괴산군청 공무원 출신의 이 대학 향토문화연구소장 김모(68)씨도 불구속 기소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석축비리'와 외식업체 '뇌물비리' 재판을 받는 임 군수는 불법 건축행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직무유기)로 기소되면서 마치 '부관참시'를 당하는 모양새다.
청주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권모(49)씨는 A대학 불법 건축행위 사건을 수임하고 행정심판위원으로 참여해 3천2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부정처사후수뢰)로 법의 판단을 기다릴 처지다.
◇ 무딘 檢의 날 결과물은 껍데기?
검찰의 1년에 가까운 수사로 지역은 들썩였다. 그러나 지역을 요란스럽고 시끄럽게 했던 사건치고는 그 결과물이 '영 시원찮다'는 것이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행처럼 번진 '안전'을 내세워 야심차게(?) 수사에 착수했으나 대부분 알려졌던 사실이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마치 엄청난 비리가 있었던 것 마냥 충북도청의 압수수색(개청 이후 103년 만에 처음)과 같은 요란스러움의 결과 치고는 떨떠름하고 마땅찮게 비춰지고 있다.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 발표라고 못을 박았지만, 보통 검찰의 '수사 마무리 결과 발표'는 재판 중에도 추가 기소 등의 여지가 있어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 발표가 사건이 마무리 수준을 밟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치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수사를 진행하고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은 검찰의 이런 모습에 '빈 수레만 요란했다'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비아냥이 섞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의 횡령이 있었는지, 공무원에게 건너간 뇌물이 있었는지 앞으로 수사를 더 진행할 것"이라며 수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전했다.
◇ 지역 범조계 안팎 영 떨떠름?
검찰은 명확하게 확인되거나 드러난 것이 없는 마당에 뜬 구름 잡듯 수사를 더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자금의 흐름'과 같은 것은 수사 처음부터 확인하거나 파악했어야 하는데 이를 지금에 와서 한다는 것은 순서가 바뀌어도 제대로 뒤바뀐 것이 지역 법조계 안팎의 분위기다.
지역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하도 말이 많아 수사 결과가 어떨지 궁금했는데, 무슨 큰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 결과물을 보니 왜 그렇게 (검찰이) 법석을 떨었는지 모르겠고 혹시 사건의 '꼬리자르기(사건 덮기로 풀이)'가 아니가란 생각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충북지방변호사회는 이번 사건과 연관된 변호사 권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지난 22일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관련 충북변협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당시 변호사회는 "검찰이 행정심판에서 A대학을 대리한 변호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변론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변호사제도와 행정심판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법률 해석상 이번 일은 명백히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사실을 검찰에서도 충분히 파악했음에도 영장청구에 이른 것은 통상의 형사처벌 기준에 비춰 봐도 지나친 처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엄기찬 dotor01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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