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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고지침' 파장…안전장치 있나
▲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고용노동부, 노동법 전문가 좌담회가 열리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에 대한 정부안 발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가 노동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와 고용유연성 확대를 위해 '일반해고' 도입을 강행하기로 하고 그 기준과 절차를 담은 지침을 발표했다.

정부 지침이 공개되자마자 노사정 합의정신을 훼손한 정부의 일방 강행이라며 노동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지침 악용에 대한 안전장치 부족으로 고용불안만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정부 "공정한 절차 거치면 저성과자도 해고 대상"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직무능력과 성과중심의 인력운영 가이드북'이란 제목의 일반해고 지침은 저성과자도 해고 대상이라고 함축할 수 있다.

현행법에 퇴출 등의 일반해고 규정이 없어 판례를 근거로 이를 지침화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한 정리해고와 비리 등 징계사유가 명확할 때 하는 징계해고가 있다.

법 규정에는 없지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면 해고할 수 있다'는 판례를 근거로 통상해고(일반해고)도 실행되고 있다.

지침은 이러한 판례에 근거해서 '저성과자'도 일반해고에 필요한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명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노동계가 우려하는 '쉬운해고'가 되지 않도록 그 기준과 절차를 엄격히 제한했다.

지침은 취업규칙·단체협약에 업무능력 부족을 해고사유로 규정했는지,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를 거쳤는지, 교육훈련·배치전환 등 업무능력 개선 기회를 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객관적 수치로 나타나기 어려운 상대평가나 정성평가는 부적절한 인사평가 방법으로 규정했고, 평가 신뢰성을 위해 평가자를 복수로 두거나 여러 단계로 나누고 노조나 근로자대표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봤다.

근로자들의 이의제기 등을 거친 후 저성과자로 분류되더라도 교육훈련과 배치전환 등의 개선 기회를 줘야하며, 노조전임 등 파견 복귀자나 출산·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지침만 보면 쉬운 해고라기보다는 어려운 해고로 비춰질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해고 기준과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난감하다고 느낄 정도다.

한국경총 김동욱 홍보본부장은 "정부 지침은 기존 판례를 정리한 수준을 넘어서서 오히려 해고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쉬운해고라는 것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학계 "해고 오남용 막아 근로자에 안정감 주는 지침돼야"

물론 이번 지침이 법적근거가 없던 일반해고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며 해고 요인을 하다 더 추가한 셈이어서 사용자들에게는 부담을 덜고 근로자들에게는 불안함을 더한다고 볼 수 있다.

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는 "사용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특정 직원을 자르기 위해 변호사·노무사 등을 동원해 부당해고의 부담을 더는 온갖 방법들을 찾아낼 것"이라며 "오남용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대상은 노동계의 우려대로 내부고발자나 노동조합원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 입장에선 이들로 인해 각종 임직원 비리가 폭로되고 경영활동이 위축되면서 회사에 피해를 입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지침을 근거로 한 일반해고 오·남용과 악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논란과 갈등을 수그러들게 하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상호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평가제도의 오·남용으로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을 고려해 근로자들에게 두려움이 아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지침이 돼야 한다"며 "저성과자 해고자 선정에서 노조나 근로자 대표의 참여를 보장해 그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통상임금처럼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해고 오남용에 따른 노사 다툼의 여지가 크고 다른 노동법 규정과의 충돌로 인해 갈등만 확산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 법제화 논쟁으로 불붙을 가능성도 크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에 해고를 제한한 것처럼 이번 정부지침 역시 실제 기업에서 실행되는 통상해고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내용"이라며 "해고 오남용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다양한 의견과 건설적인 제안을 받겠다"고 말했다.

◇ 노동계 "불공정한 지침" vs 경영계 "아쉽지만 지침 나와서 다행"

이번 정부 지침이 노동계의 우려처럼 쉬운해고의 칼날이 될지, 경영계가 기대하는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정부 지침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직무성과 중심이란 미명하에 노골적으로 쉬운 해고와 일방적 임금·근로조건 개악을 촉진하려는 역대 가장 불공정한 지침으로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총은 "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지침의 주요 내용이 공개된 것은 다행"이라며 "그러나 발표 내용이 그동안의 법원 판결들을 정리하고 유형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지침은 현행 근로기준법과 배치되는 내용으로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이 불리하게 바꿀 수 있도록 해 노사갈등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침에 따르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근로자 대표나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효력이 인정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의 근거로 제시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축적된 판례가 너무 빈약하다"며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한 사례를 지침에 반영하면 노사 분쟁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갖다 붙이기 나름인 수단에 불과하다"며 "실제 정부는 지침에서 노조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하지만 개악교섭에 응하지 않거나 다른 개악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노조가 반대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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