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지·산·학·연·관
'학위 장사' vs '평생 교육' … 평단 사업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농성사태가 대학가와 교육계를 뒤흔들고 있다.

'학위 장사'(대학생·졸업생 측)라는 주장과 '평생 교육'(정부·대학 측)이라는 전제가 충돌하면서 사태 발생 1주일이 지났지만 이화여대는 5일 현재도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평생교육 단과대(평단) 지원사업'은 대학 과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취업 전선에 나서야 했던 고졸 재직자나 성인들에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정식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 때문에 평단 사업의 좋은 취지는 살려 국민들에게 평생 교육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이번에 문제가 됐던 학위 장사 논란에서 자유로운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일보가 5일 인터넷 판에 보도한 '평생교육 단과대(평단) 지원사업'의 궁긍증에 대해 알아본다. 

▲ 이화여대 본관 벽면에 미래라이프대 설립계획 폐기를 요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 평생교육 단과대학이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취업했거나 뒤늦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성인들에게 고등교육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교육부가 기획한 사업이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자, 일반고 전문반, 직업교육과정 위탁생,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직업교육과정 수료자 중 산업체에 3년 이상 재직했거나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대상에 포함된다.

교육부는 양질의 고등교육을 받길 희망하는 평생학습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학령기 학생 중심 대학 운영체제로 인해 평생 학습자들이 고등교육에 참여하는 데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평단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평생교육 단과대를 설립하는 학교에는 30억 원가량의 예산이 지원된다.

교육부는 총 300억 원을 예산으로 선정된 10개 대학에 지역이나 학교 특성을 살린 전공을 신설하거나 기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해 단과대를 만들도록 했다.

◇ 어느 대학이 참여했나

교육부는 평단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수도권과 동남권, 대구·경북, 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등 5개 권역에서 10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번에 이화여대의 사업 참여 철회로 9개 대학에서만 평생교육 단과대가 설립된다.

지난 5월 대구대와 명지대, 부경대, 서울과학기술대, 인하대, 제주대 6개 대학이 평단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뒤 추가 공모를 통해 7월 이화여대와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를 추가했다.

장애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대구대는 평생교육 단과대 운영을 위해 실버복지상담학과, 재활특수교육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인하대 평생교육 단과대에는 메카트로닉스학과, 정보기술(IT)융합학과, 헬스디자인학과, 서비스산업경영학과, 금융세무재테크학과 등이 개설된다.

2017학년도부터 대학별로 136∼240명의 학생을 모집한다.

◇ 평생교육원과 다른 점은

평생교육 단과대가 기존의 평생교육원 등과 분명하게 차이가 나는 점은 대학의 정규 과정으로 학사 학위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각 대학에 대부분 설치돼 있는 평생교육원의 경우 대학 부설 과정이지 정규 학위 과정이 아니다.

이들 평생교육원은 학점 인정 과정(학점은행)이나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된다.

사이버대학은 평생교육 단과대와 마찬가지로 학사 학위나 전문 학사학위를 준다.

그러나 사이버대학은 온라인 강좌 비중이 높은 원격교육 형태라는 점에서 오프라인 중심의 평생교육 단과대와 차이가 있다.

평생교육원과 사이버대학의 불만도 크다.

사실상 교육 영역이 중복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이버대학들은 "평생교육은 사이버대학에서 지난 10여 년간 10만 명 가까운 학습자를 유치할 정도로 이미 자리를 잡아 온 분야"라며 반발하고 있다.

◇ 졸속행정 비판 왜?

교육부가 평단 지원사업 대학을 선정한 것이 지난 5월이다.

당시 6개 대학을 발표하면서 지원 요건을 완화해 추가 선정에 나섰다.

지원을 포기했던 이화여대가 이에 응시해 6월 10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후 한 달가량 뒤인 7월 15일에 추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은 이 같은 선정 방식과 선정 시점에서 비롯됐다.

교육부는 10개 대학에 당장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해 단과대를 운영하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9월에는 신입생 선발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추가 선발로 뒤늦게 합류한 이화여대의 경우 선정 두 달 만에 신입생 선발에 착수해야 하고, 불과 6개월 만에 정식 단과대 학위 과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교

육부는 이에 대해 이미 지난해 5월 각 대학에 평단 사업 일정을 설명해 대학들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7월에야 추가 선정작업을 진행한 것에 대해 '일정이 빡빡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무리하게 내년 시행을 추진하려는 것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고 일정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 梨大 사태 전말은…

이화여대 사태는 지난달 28일 대학생들이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농성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오후 2시 대학본부에서는 평생교육 단과대인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과 관련한 대학평의원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몰려가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회의장을 막고 농성에 들어갔다.

학생들의 농성에 회의실을 나오지 못한 교수와 교직원들이 경찰에 구조요청을 하면서 1600여 명의 경찰력이 학교에 전격 진입해 농성 중인 학생들을 해산했다.

이에 학생들이 학교 측이 공권력을 학교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하며 사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농성사태에 대해 처음에는 가담자 학생의 엄정처벌 등을 밝히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가 졸업생과 동문회는 물론 교수들까지 반대하고 나서자 입장을 급선회했다.

최 총장은 지난 3일 학생들이 농성 중인 대학본부를 직접 방문해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사업 철회를 전격 발표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됐음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최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는 농성을 풀 수 없다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최 총장은 5일 오전 서대문경찰서를 방문해 감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 왜 梨大만 반대하나

실제 평단 지원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 가운데 이화여대를 뺀 나머지 9개 대학은 별다른 반발이 없다.

선정된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화여대 사태가 오히려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화여대 학생 및 졸업생, 학부모들을 겨냥한 '학벌 순혈주의'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학위 장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주장하는 표면적인 이유다.

이미 유사한 학과나 평생교육원 등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단과대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학위를 미끼로 돈을 벌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이 사업이 이화여대라는 브랜드 명성에 흠집이 될 수 있다는 강한 '학벌 순혈주의'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실제 이화여대 재학생·졸업생 게시판인 '이화이언'에는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이 이화여대의 학교 브랜드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대보다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만도 올라 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입학한 학교가 실업계 고졸 출신 직장인들에게 동등한 학위 자격을 준다는 사실 자체에 반발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 다른 대학엔 영향없나

교육부는 이화여대를 제외한 나머지 9개 대학에 대한 평단 지원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화여대의 참여 철회로 공석이 되는 1개 대학을 추가로 선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빡빡한 사업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추가로 선정할 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는 3일 "9개 대학을 중심으로 평생교육 단과대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지원하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9개 대학이 평생교육 단과대 우수 모델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 '학위 장사' 논란 향방

교육계는 이번 이화여대 사태를 두고 '평생교육'과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좋은 사업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의견 수렴 미비나 구체적인 세부 사안에서의 문제로 이 같은 충돌사태가 벌어진 만큼 제도 보완을 해서라도 향후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온 가장 큰 이유가 평생교육 단과대에 학사 학위를 부여했다는 점 때문이라면 현재 대학 부설로 편제돼 있는 평생교육원을 대학본부가 직할하는 단과대에 버금가도록 수준을 대폭 끌어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교수진과 개설과목, 수업 내용 등을 대폭 향상시키는 사업도 별도로 연구해 보자는 견해다.

많은 대학들이 기존에 운영해온 평생교육원 수료자에게 대학원 진학 등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방안으로 꼽힌다.

◇ 선진국의 평생교육

해외의 많은 대학이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직업능력 향상 정책의 하나로 대학의 '성인 계속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워릭대는 교수와 실무분야 전문가 등을 채용해 산업체 재직자들을 위한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대도 학령기 학생을 위한 단과대와 성인학습자를 위한 평생교육 대학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대에서도 평생교육을 위한 정규학위과정(학부와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연계 생애학습센터를 통해 지역주민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의 평생교육은 정부가 아닌 대학이 주도하고 있다. 교육부가 주도해 대학에 지원금을 주고 평생교육을 활성화하는 우리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저작권자 © 충청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충청비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