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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 신용등급 '역대 최고'…왜?

한국이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사상 최고 신용등급이라는 깜짝 성적표를 받았다.

S&P는 8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계단 상향 조정했다.

작년 9월 한국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높인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등급을 올린 것이다.

AA는 S&P의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한국이 이 등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최근 세계적으로 선진국·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국가 신용등급을 내리는 추세"라며 "이번에 S&P가 우리나라 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 한국 국가신용등급 세계 최상위권 '껑충'

이로써 한국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상위 10위 안에 드는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S&P가 매긴 투자 등급이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독일·캐나다·호주·싱가포르·홍콩(AAA), 미국(AA+) 등 5개 국(홍콩 제외)뿐이다.

중국(AA-)은 한국보다 한 계단, 일본(A+)은 두 계단이 낮다.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지난해 12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등급 올리며 역대 최고 등급을 줬다.

무디스의 Aa2 등급은 S&P의 AA와 같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피치는 2012년 9월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올린 이후 3년 11개월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S&P는 "한국은 최근 수년간 다른 선진국보다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대외 건전성, 재정·통화 정책 여력 등도 양호하다"며 등급 상향 배경을 설명했다.

◇ S&P "韓성장세 견조"…2019년 1인당 GDP 3만불↑

S&P는 한국에 역대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한 주요 근거로 "향후 3~5년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보다 느려지겠지만, 그 전망은 대다수 선진국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들었다.

S&P는 한국의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이 2.6% 수준으로 선진국(0.3~1.5%)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1인당 GDP는 올해 약 2만 7000달러에서 2019년에는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S&P는 “올해 한국의 수출이 부진하지만 지역 내 다른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고, 대중국 수출 부진을 미국 경제 회복이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의 단기 외채 감소와 지속적인 경상 수지 흑자도 한국의 신용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경상 수지 흑자 폭은 향후 2~3년간 GDP의 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S&P는 "한국 정부 부채는 작년 기준 GDP의 20% 수준으로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높은 가계부채도 변동금리 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등으로 위험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신용등급 취약 요인으로 S&P는 북한과의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통일 비용 같은 잠재 채무를 거론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유지했다.

◇ 증권·외환시장 '반색'…"경제 전망 밝아진건 아냐"

이날 시장은 예상 밖의 호재에 즉각 반응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18포인트(0.65%) 오른 2031.12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연중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08.3원으로 전거래일 종가보다 2.1원 내렸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 영향으로 4.6원 오른 1115.0원에 장을 시작했다가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1100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번 등급 상향으로 국내 경제 심리가 다소 개선되고 금융기관·기업의 외국 자본 조달 등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우리 경제 전반의 성장 전망이 밝아졌다는 식으로 잘못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평가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신용등급은 외채 상환 가능성을 보는 것이지 한나라 경제에 대한 종합 성적표가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의 성장 여력이 개선됐다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가 신용등급은 엄밀히 말해 한 나라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상환 가능성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빚 갚을 능력과 성장 전망은 별개라는 이야기다.

예컨대 S&P가 지난해 7%대 성장률을 기록한 인도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한국보다 7계단 낮은 BBB-에 불과하다.

한 민간 경제연구기관 연구원은 "신용등급은 과거 미국 금융위기나 그리스 사태 때 그랬듯 일단 문제가 터지면 후행적으로 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현재의 신용도를 확인시켜주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귀띔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와 갈수록 낮아지는 성장률, 신산업 부재 등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모두 어려운 가운데 한국 경제가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는 의미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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