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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절벽시대'…대학이 떨고있다
▲ 대학 입학 설명회 장면.

저출산 여파가 곧 대학에도 들이닥친다.

당장 2019학번 신입생부터 학생보다 대학정원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2020년이면 고교 졸업자 수 자체가 더 적은 '절벽' 시대로 접어들고 2023년엔 10만명이나 부족하게 된다.

지방 A사립대는 소규모 대학이다.

4학년까지 정원을 합쳐도 5000명이 되지 않는다. 한 학년 정원은 1000명도 안 된다.

그런데도 지난해 A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은 정원의 40%를 겨우 넘겼다.

A대학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년새 입학정원을 10% 넘게 줄였다.

하지만 60%에 가까웠던 신입생 충원율은 거꾸로 40%대로 줄었다. 재학생 수도 20% 넘게 감소했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A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6월 '대학구조개혁 촉진법'을 발의한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3~2015년) 사이 한 번이라도 신입생 충원율이 70% 이하를 기록한 대학은 21곳에 달한다.

대학이 뽑아야 할 신입생은 10명인데 7명도 입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21개 대학 중 43%인 9곳은 A대학처럼 정원 감축 등의 자구노력에도 신입생 충원율이 2년 전보다 감소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분석한 결과다.

입학정원만큼 신입생을 뽑지 못한 대학은 이보다 더 많다.

수도권 4년제 일반대 가운데 14%는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100%에 못미쳤다.

뽑으려고 했던 정원보다 1명이라도 신입생이 적게 입학했다는 뜻이다.

지방 4년제 대학은 더 심각하다. 55%의 대학이 신입생을 100% 뽑지 못했다.

신입생 충원율이 100%가 되지 않는 4년제 일반대학 수는 최근 3년새 증가 추세다.

2013년만 해도 수도권 일반대 중 6%만의 이야기였으나 이런 대학이 2014년 9%, 2015년 14%로 증가했다.

지방 4년제 대학도 이 비율이 45%, 54%, 56%로 늘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더 심각한 현실이 기다린다.

2~3년 뒤면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교 졸업자 수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면서 심지어 대학 간판을 내려야 하는 곳이 생겨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 졸업자 수(만 18세 학령인구)는 65만2702명으로 대학 입학정원 53만655명보다 12만명 정도 많다.

대학 입학정원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한국폴리텍대학 등의 입학정원을 모두 합한 숫자다.

2년 뒤인 2018년이면 고교 졸업자 수(59만8296명)가 60만명 아래도 떨어진다.

이때만 해도 괜찮다. 대학정원보다는 많다.

하지만 2020년에는 50만126명으로 감소한다. 대학정원보다 고교 졸업자 수가 적은 학령인구 절벽 시대가 시작된다.

2020년까지만 해도 50만명을 유지하는 고교 졸업자 수는 2021년이면 46만5937명으로 감소한다.

2015학년도 대입 정원보다 고교 졸업자 수가 6만5000명가량 적다.

지금처럼 대학이 학생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 지난 11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2017학년도 충청권 대학 진로·진학 박람회'행사장.

2023년에는 43만3032명으로 감소한다.

지난해 대학정원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고교 졸업자 수가 10만명가량 적다.

10만명이면 입학정원 1000명 규모의 소규모 대학 100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 입학정원 2000명 수준의 중규모 대학으로 계산해도 50개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한다.

대학정원보다 고교 졸업자 수가 더 적어지는 역전 현상은 그러나 2020년보다 더 빨리 오리라는 것이 교육부 추산이다.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통계를 보면 고교 졸업자의 70% 정도만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 진학률과 재수생 등을 포함해 교육부가 추정하는 올해 '대학입학 희망자'는 53만7748명이다.

이 수는 2017년 52만734명, 2018년 51만9857명, 2019년 50만6286명으로 줄어든다. 2020년이면 47만812명으로 감소한다. 2023년엔 39만8157명까지 급감한다.

지난해 대학정원 53만0655명을 기준으로 하면 당장 2017년부터 역전 현상이 생긴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과 정원 감축을 연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2016학년도 대학정원이 51만9381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최종 집계는 8월말쯤 나온다).

2018년 대학 입학 희망자와 대략 균형을 맞췄다.

그래도 2019년이면 대학 입학 희망자보다 대학정원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2020년부터는 본격화한다.

2020년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2002년 태어난 학생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2111명이다. 불과 1년 전인 2001년보다 6만2784명이나 적다.

학령인구 절벽 자체는 예견된 '팩트'다.

지금도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일수록 충격파는 클 수밖에 없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 입학할 학생 수가 10만명 감소한다고 해서 전국의 모든 대학이 그 짐을 n분의 1 방식으로그 나눠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 선호도가 높은 상위권 대학은 학령인구가 감소해도 학생 충원에 큰 어려움은 없을 수 있다"며 "이른바 메이저 대학들부터 신입생을 채우고 나면 나머지 대학들, 특히 대학평가에서 하위권에 속한 대학들이 그 짐을 모두 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A대학 사례를 봐도 정원을 줄인다고 학생 충원이 더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지방 사립대인 B대학 역시 2013~2015학년도에 정원을 50% 넘게 줄였다.

그런데도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50%를 겨우 넘겼다. A대학과 B대학은 과거 경영부실대학에 지정됐던 대학들이다.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하위 등급에 속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뿐 아니라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학생들도 이런 상황을 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대학에서 동시에 합격 통지서를 받은 학생은 결국 이 두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불 수 있다.

지원자 수로만 보면 지난해 입시에서 이 두 대학의 경쟁률은 2대 1, 3대 1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겨우 신입생의 절반 정도만 채웠다. 대학정원이 남아돌아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면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학령인구 절벽 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를 두고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평가해 평가등급에 따라 정원을 감축하는 식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속해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은 아예 대학 문을 닫는 방법까지 포함된다.

김선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학구조개혁 촉진법'에 이런 교육부 입장이 담겼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시장에 맡겨 두자는 주장은 고등교육 경쟁력에 대한 고민 없이 현상만 유지하자는 것"이라며 "부실한 대학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잘하는 대학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정원은 줄여야 한다"면서도 "학령인구가 몇만 명 줄어드니 그에 맞춰 정원을 얼마 줄여야 한다는 식의 기능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년, 30년 뒤 노동시장이 어떻게 개편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미래학자들은 노동시장이 고학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개편된다고 본다"며 "학령인구 절벽이 닥친다고 무조건 정원을 줄여버리면 나중에 대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반 교수는 "최근 15년 동안 대학은 스스로 매년 평균 2.3%씩 정원을 줄여왔다"며 "학령인구 절벽을 대비해 대학의 질을 높이려면 구조조정이나 구조개혁이 아니라 정부가 최소한 OECD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하면서 대학 체제와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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