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공략의 최대 고비인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5차 인증 심사 결과가 차일피일 미뤄져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중국이 자국 산업 육성의 시간을 벌기 위해 '만만디(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 전략으로 간다면 이 달에도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는 지금까지 중국 공업화신식화부(이하 공신부)가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5차 인증 서류접수 마감 공고가 없어 아직 서류 접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지난 6월 4차 인증 발표 당시 업계는 8월경에는 5차 인증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원래 공신부가 공고를 하면 1주일의 서류접수 유예기간을 주고,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의 서류 심사를 거쳐 필요할 경우 현장 실사까지 한 달가량이 걸린 뒤 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에 이달 초는 중국 건국절 연휴로 1주일가량이 공휴일이어서 아무리 빨라도 11월은 돼야 인증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런 변수로 국내 업체의 중국 시장 공략도 정체해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 발표할 예정인 중국 전기차 배터리 셀 합작공장 설립 마라톤 협상을 수개월째 하는 중이고, 또 다른 국내 업체는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 중단설이 나와 곤욕을 치렀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현지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 업체의 시장 진입을 늦추려는 전략이라고 의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성능과 크기 면에서 떨어지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을 키우느라 NCM 계열 제품은 아직 세계 수준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다"며 "인증 지연으로 자국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에 자국 배터리 사용을 유도하려는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관련 인증에 통과한 외국계 업체는 없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보조금 중심 정책에서 규제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인증 심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기차 판매량을 부풀려 보조금을 가로챈 일부 업체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전기차 제조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연말까지 '자동차 전원 배터리 산업 발전 촉진 관련 지도의견'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자국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놓칠 수는 없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인증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OTRA 선양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국가는 중국(12만2678대)으로 2위인 미국(6만4057대)보다 2배가량 시장이 크다.
아울러 중국 외 다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기술과 가격 면에서 중국 등의 경쟁 업체와 차이를 더 벌린다는 목표다.
실제로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제너럴모터스(GM)와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공급하는 중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2018년 이후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21년에는 보조금 지원을 종료할 계획인 만큼 배터리 인증과 보조금의 연계에 따른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시장 초기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중국 시장을 절대 놓칠 수 없는 만큼 인증에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중국 외 다른 시장에서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투 트랙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비즈 thec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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