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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즉불통 불통즉통

"
남존여비 깬 국민의식 자랑스러워
통하면 아프지 않고 막히면 아프다
민심은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것
성공한 여성대통령으로 물러나려면
"

2012년 2월 국민의 기대속에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내 박대통령에게 붙여진 닉네임은 유감스럽게도 '불통'이었습니다.

도대체 ‘통하지 않는다’는 이 불온한 별칭은 '박근혜'라는 괜찮았던 이미지를 쉽사리 훼손시켰고 연이은 인사실패를 통해 그 오명은 취임 3년차에 들어선 지금 더욱 공고화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나는 박대통령을 찍지는 않았지만 국가적으로 보아 그의 당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조선조 500년 유교가 국교였던 나라, 뿌리 깊은 남존여비사상에서 이제 겨우 깨어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여성이 대통령으로 뽑힌 것은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민주주의가 만발한 미국에서 조차 아직 여성대통령을 뽑지 못한 터에 동양의 완고한 나라 대한민국이 여성대통령을 뽑은 것은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크게 달라진 것이라서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거기다 그동안의 남성대통령들이 본인이나 가족들의 비리로 번번이 국민들을 실망 시켜 왔기에 적어도 박대통령만은 여성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마저 가졌던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믿음과 기대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어딘가 불안하고 버거워 보였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사실패에 이은 이런저런 일이 되풀이 되면서 그 원인이 불통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드러나고 그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공인(公認)'이 되다시피 한 실정입니다.

박대통령을 찍은 50, 60대의 노장층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지지를 보이고 소위 보수평론가라는 이들이 날마다 종편에 나와 침을 튀겨가며 변호를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불통낙인을 지우기엔 역부족인 형국이 되었습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通則不痛(통즉불통) 不通則痛(불통즉통). 글인즉슨 "통하면 아프지 아니하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몸은 핏줄로 구성되어 있다 할 만큼 수 많은 혈관이 수세미처럼 전신에 얽혀있습니다. 온 몸의 근육과 뼈속에 널려있는 동맥 정맥 모세혈관의 총 길이는 자그마치 12만㎞나 된다고 합니다. 지구의 둘레가 4만여㎞라고 하니 인체의 혈관은 그 세배나 되는 셈인데 상상을 초월하는 실로 엄청난 길이입니다

심장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혈액이 동맥을 통해 원활히 온몸을 향해가고 노폐물이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 와야 신체기능이 제대로 동작을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어느 한 군데라도 막히기라도 하면 이상이 생겨 탈이 납니다. 이때 즉각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게 됩니다.

그러기에 인체의 이러한 원리는 곧잘 정치에 비유되어 회자(膾炙)되곤 합니다. 혈액이 잘 돌면 몸에 탈이 없고 여론의 소통이 잘 되면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체나 사회나 탈이 나게 마련인 것, 그것이 통즉불통 불통즉통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불통'이라는 낙인이야말로 박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불명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소통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실시간 언결이 되고 휴 대폰이 인구수와 같은 5천만대가 넘는 나라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한공간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밤낮없이 물밀듯 넘쳐나고 있는데 대통령은 구중궁궐에서 불통소리를 듣고 있다니 이것 참, 예삿일이 아닙니다.

박대통령의 발언을 듣다 보면 국민들의 정서와는 많이 다른 것을 느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장관들의 대면보고를 묻는 기자 질문에 "전화가 더 편리하지 않나요?"라는 황당한 답변에는 실소마저 자아내게 합니다. 국민에게 소통을 보여주려고 시장상인의 손을 잡고 몇 마디 말을 건네거나 장관들과 찻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그런 어설픈 연출로는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그것은 소통이 아니고 쇼입니다. 거기다 생뚱맞은 '골프 활성화'는 또 뭡니까. 민심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인의 첫 번째 덕목은 소통입니다.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사통팔달로 전후좌우가 원활하게 소통이 될 때 정치는 꽃이 피지만 어딘가가 막혀 불통이 된다면 사단(事端)은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통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행복입니다. 집권당인 여당과 반대당인 야당, 계층과 계층, 지역과 지역, 세대와 세대가 원활히 소통할 때 사회는 안정되고 국민은 평안해 집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평범한 진리는 국가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이 나라는 민주주의국가입니다. 소통은 민주정치의 기본입니다. 국민의 여론을 도외시하고 대통령이 독선으로 정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옛날이야기 이지만 1960년대 박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대통령은 독재는 했어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습니다. 저녁이면 절친한 친구들을 청와대로 불러 동동주를 마시며 '황성옛터'를 풍금으로 치고 시중의 '진짜여론'을 듣곤 했습니다. 또 옥천 교동의 처가댁에 내려 올 때면 청주의 몇몇 원로들을 초치해 툇마루에 앉아 자연스레 시중민심을 듣곤 했습니다. 이 사람이 일선기자로 활동할 때 듣고 본 일화입니다. 지금도 박정희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노년층들은 그러한 인간미를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민심은 조석변(朝夕變)입니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게 민심입니다. 아침에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 저녁에 돌을 던지는 게 민심입니다.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또박 또박 잘 읽고 날마다 색색의 패션으로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나는 지난 2년 간 박대통령이 한 일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벌써 박대통령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 박대통령은 닫힌 마음을 열고 지난 2년의 실패를 거울삼아 앞으로 남은 3년 임기를 잘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막힌 것은 뚫고 시원찮은 곳은 더 잘 흐르게 하고 선거 때 한 공약은 반드시 지켜 과거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아집이었든 오기였든 꺾을 건 꺽고 버릴 건 버리십시오. 그리고 진정한 민심을 들으십시오.

그리하여 성공한 여성대통령으로 국민의 박수속에 퇴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은 박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의 명예, 그리고 모든 국민들의 자부심을 위해서도 더욱 그렇습니다.

김영회<전 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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